넷플릭스 다큐멘터리『언노운: 킬러 로봇(Unknown: Killer Robots)』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생사까지 결정하는 시대를 경고합니다. 하지만 이건 더 이상 다큐멘터리 속 가상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이미 100% 드론 부대가 실전에 투입되었고, 한국 역시 AI 기반 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기술이 윤리를 앞지르는 이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전장에서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살상의 자동화’가 진행 중입니다.
[킬러 로봇, 이제는 뉴스 속 현실]
다큐 『언노운: 킬러 로봇』은 인간의 판단 없이 스스로 표적을 탐지하고 공격하는 '자율살상무기(LAWS)'의 확산을 경고합니다. 레이더, 카메라, 얼굴인식 기술, 그리고 최신 딥러닝 알고리즘을 결합한 이 로봇 무기들은 조종사 없이도 스스로 작동합니다. 인간이 더는 살상의 '최종 결정권자'가 아니게 되는 거죠.
이러한 기술은 단순한 연구 과제가 아닌 이미 배치된 현실입니다.
2020년 리비아 내전에서는 인간이 조작하지 않은 자율 드론이 특정 목표를 추적해 살상했다는 유엔 보고서가 국제사회를 뒤흔들었습니다. 이는 로봇이 윤리적 판단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최초의 사례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이 사건은 '누가 죽였는가'보다 '왜 인간이 죽이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전쟁의 규칙’은 과연 유효한 걸까요?
[우크라이나, 세계 최초 '100% 드론 부대' 실전 투입]
놀랍게도 이 기술이 가장 급진적으로 실전 투입된 곳은 우크라이나 전장입니다.
2025년,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초로 전투 전력 전체를 드론으로 구성한 ‘100% 드론 부대’를 실전에 투입했습니다. 기존 드론은 조종사가 있어야 했지만, 이번에는 AI 기술로 목표 식별과 추적, 공격까지 대부분 자동화됐습니다.
이 기술은 고비용 방산 시스템이 아닙니다. 우크라이나는 깃허브 등 오픈소스 플랫폼에서 이미지 인식 AI를 다운받아 개선했고,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제공한 수천 장의 러시아 전차, 무기 사진을 데이터셋으로 활용해 전장에 최적화된 드론을 개발했습니다.
이런 저비용·고효율의 기술 민주화는 서방이 주도하던 무기 산업 질서를 흔들고 있으며, 기술과 전술 모두에서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 기술자 카타리나 본다르는 이를 “터미네이터를 만들려 한 것이 아니라,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든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드론은 미국 드론보다 20분의 1 수준의 가격으로, 유도 미사일과 유사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은 어디쯤 왔나? 기술력과 규제 사이에서]
한국도 이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AI 드론, 자폭 드론, 전투 판단 AI, 합성 데이터 기반 무기 학습 기술 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과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파블로항공, 니어스랩, 코난테크놀로지, 인피닉, 코클 등은 전장 인식, 군수 AI, 음향 추적 시스템 등 다양한 방산 AI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한국은 국방 기술 전력화에 평균 14년 이상이 걸리며, AI 무기 개발과 실전 배치에는 법적 기준과 데이터 확보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국방 AI 기술 격차는 미국 대비 약 4.1년, 전장 판단력은 78.3%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무기 체계 설계뿐 아니라 데이터 수집 규제, 윤리적 판단 기준, 실전 테스트 절차 등도 뒷받침되어야 기술이 무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기술만 빠르고 정책은 느린 상태라면, 우리는 ‘킬러 로봇은 만들 수 있지만, 쓸 수는 없는 나라’에 머물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언노운: 킬러 로봇』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자율 무기 실전 배치를 시작했고, 한국도 AI 군비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의 속도만큼 윤리와 법이 따라오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지금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안 될 질문이 있습니다.
“로봇이 인간을 죽일 수 있게 할 것인가?”
그리고 누가, 언제, 어디서 그 결정을 내릴 것인가?
이제는 다큐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질문에 답할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