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테이크 유어 필스: 자낙스의 경고(Take Your Pills: Xanax)』는 ‘불안’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약물 시장의 먹잇감이 되었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콘텐츠입니다. 자낙스라는 항불안제가 어떻게 전 세계적으로 ‘정상화된 중독’의 형태로 번져나갔는지를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묻습니다. 스트레스, 불안, 불면… 우리는 너무 쉽게 약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점점 더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이 약이 정말 필요한가요, 아니면 사회가 불안하다고 느끼게 만든 걸까요?” 최근 한국에서도 벌어진 ADHD 치료제 ‘콘서타’ 품귀 사태는 이 다큐의 메시지를 국내 현실로 끌어당깁니다.
[넷플릭스 다큐가 말하는 ‘정상화된 중독’의 실체]
‘테이크 유어 필스: 자낙스의 경고’ 는 미국의 항불안제 자낙스를 중심으로 중독의 사회적 구조화를 파헤칩니다. 자낙스(Xanax)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항불안제 중 하나로, 그 시작은 불안을 다스리는 치료 목적이었지만, 현재는 단지 ‘기분 조절제’처럼 소비되는 일상 약물로 자리잡았습니다.
단지 증상 해결의 수단이 아닌, 불안을 상품화한 결과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특히 놀라운 건, 중독이 ‘처벌’이나 ‘범죄’의 문제가 아니라, 정상적인 진료와 처방을 통해 확산된다는 점입니다. “병원에서 처방받았는데 뭐가 문제야?” 바로 이 말이야말로 합법적 중독의 무서운 시작임을 강조합니다.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불안, 경쟁, 속도감이 약물 의존을 부추기고, 이는 점차 생활 습관으로 정착됩니다. 약물은 치료제가 아닌, 반복 소비되는 상품이 됩니다. 자낙스와 같은 약물이 그저 ‘편하게 살아가기 위한 도구’가 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중독 구조 안에 들어가 있는 셈이죠.
[한국도 안전하지 않다: ADHD 치료제 ‘콘서타’ 품귀 현실]
최근 한국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ADHD 치료제 ‘콘서타(OROS)’ 품귀 사태입니다. 2024년 하반기부터 공급 불안정이 시작된 콘서타는, 2025년 현재까지도 약국과 병원에서 “없다”는 말을 듣는 약이 됐습니다. 환자들은 "약 하나 구하려고 약국을 돌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이 약의 핵심 성분인 메틸페니데이트는 ADHD 치료제 중에서도 가장 많이 처방되는 물질이며, 작년 기준 국내 처방환자 수는 32만 명, 약 8200만 정이 유통되었습니다. 특히 20~30대의 급증이 두드러졌는데, 2022년과 비교해 20대는 약 30%, 30대는 40% 이상 처방 환자가 늘어났습니다.
식약처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해외 진단 기준 완화, 국내 인지도 상승, 진료 수요 급증을 꼽습니다. 문제는 이런 진단과 수요 증가가 중독 구조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점입니다. ADHD가 늘었을 수도 있지만, 진단 기준이 느슨해지고, 약에 의존하는 문화가 정착된 탓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계가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한 약 부족이 아니라, 사회적 의존의 징후로 봐야 합니다.
[약물에 의존하는 사회, 그리고 소비자의 선택]
‘테이크 유어 필스’는 단순히 약이 위험하다고 말하는 다큐가 아닙니다. 이 다큐가 던지는 진짜 질문은 이것입니다.
“왜 우리는 불안과 집중력 부족을 견디지 못하게 되었는가?”
사회가 요구하는 ‘완벽한 기능’, ‘빠른 피드백’, ‘끊임없는 성과’ 속에서 사람들은 조용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무너짐을 약으로 덮는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죠.
‘중독’이라는 단어를 우리는 너무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사용해왔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 다큐와 콘서타 품귀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듯, 중독은 점진적이고 합법적인 방식으로도 일어납니다.
처방은 점점 쉬워지고, 사용은 일상화되며, 어느 순간 약이 없으면 일상이 힘들어지는 상황이 도래하죠.
특히 ADHD 약물의 경우, 뇌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에 약물 변경이 불편하거나 체감 효과에 따라 특정 약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의학적 필요와 심리적 의존이 혼재된 복잡한 문제입니다. 식약처도 이에 대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약이 돌아가도록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 현상 자체가 중독 구조의 시작임을 인식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제 소비자도 “이 약이 정말 필요한가?”, “나는 지금 약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을 해야 할 때입니다. 중독은 시스템이 만들지만, 그 안에 머물 것인지 벗어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넷플릭스 ‘ 테이크 유어 필스’와 국내 콘서타 품귀 사태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어떻게 불안과 주의력 문제마저 상품화하고 중독으로 이어지게 만드는지를 보여줍니다. 한국도 더 이상 약물중독의 청정지대가 아닙니다. 치료는 필요하지만, 의존은 경계해야 합니다. 지금 당신이 찾는 그 한 알, 진짜 필요한 치료인가요, 아니면 시스템이 권한 습관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