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Seaspiracy)’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해양보호 인식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해양오염의 주범이 플라스틱 빨대나 쓰레기가 아니라, 사실은 상업적 어업이라는 충격적인 주장을 펼치죠. 이 글에서는 다큐에 제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플라스틱 vs 어업, 진짜 바다를 병들게 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봅니다.
플라스틱 오염: 바다를 뒤덮은 쓰레기들
해양 오염에 대해 생각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일회용 빨대, 페트병, 비닐봉지 등이 바다 생물을 위협하고, 섬처럼 뭉쳐 떠다니는 ‘플라스틱 섬’ 이미지는 강력한 시각적 경고가 되어 왔습니다.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이 확산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금지했고, 많은 나라에서 빨대와 포장재 사용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문제는 분명 심각합니다. 바다거북, 해양 포유류, 어류들이 플라스틱을 먹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보도되고 있죠. 하지만 ‘씨스피라시’는 이런 플라스틱 이슈의 이면에 놓인 진짜 위협이 무엇인지 파헤칩니다. 바로 ‘상업적 어업’입니다.
다큐가 밝힌 진짜 오염 주범, 어업
‘씨스피라시’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바로 이겁니다. “바다를 가장 많이 오염시키는 것은 플라스틱이 아니라 어업이다.”
다큐에 따르면, 해양 쓰레기의 약 46%가 폐어망이며, 그 어떤 해양 쓰레기보다도 폐어망이 해양생물에게 큰 피해를 준다고 합니다. 그물에 걸려 죽는 돌고래, 바다거북, 고래의 수는 상상을 초월하며, 이 어망은 수십 년 동안 분해되지 않은 채 바다 속을 떠다니며 끊임없이 생명을 앗아갑니다.
또한 상업적 어업은 단순한 오염을 넘어 생태계 파괴와 멸종 위기를 가속화합니다. 트롤 어업 방식은 해저를 긁어내며 바다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불법 조업은 바다 생물 다양성을 급격하게 줄입니다. 다큐는 ‘지속가능한 어업’이라는 개념 자체가 기업 이미지 세탁용 슬로건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실질적인 변화 없이 소비자만 안심시키는 구조라고 비판합니다.
소비자의 인식 전환: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우리가 환경에 좋다고 믿고 실천하는 것들이,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가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 빨대를 거부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참치캔을 사거나 해산물 뷔페를 즐긴다면, 정작 바다를 병들게 하는 더 큰 요인을 외면하고 있는 셈입니다. ‘씨스피라시’는 이러한 이중성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우리가 무엇을 소비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돌아보게 만듭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갑자기 비건이나 시푸드프리를 선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어업 산업의 구조와 실태를 알게 된 지금, 우리는 좀 더 의식 있는 소비자가 되어야 합니다. 해산물을 덜 먹는 것, 인증이 명확한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는 것, 다큐를 통해 배운 내용을 주변에 공유하는 것이 모든 것이 바다를 위한 행동입니다.
바다를 지키는 것, 우리 모두의 의무
해양오염의 주된 원인인 폐어망이기 때문에 우리, 각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각자의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비영리 단체 'Sungai Design'가 있습니다. 이 단체는 강을 따라 바다로 흘러가는 플라스틱을 막기 위해 ‘플로팅 배리어’라는 부유식 장벽을 설치해 1,800톤 이상의 플라스틱을 수거했습니다. 수거된 쓰레기는 종류별로 분류되고, 일부는 재활용 또는 업사이클링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들이 설립한 자매회사 ‘순가이디자인(Sungai Design)’은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하여 의자 ‘옴박(Ombak)’, 슬리퍼, 예술 조형물 등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특히 버려진 비닐봉지 2,000개가 한 개의 의자로 바뀌는 과정은, 폐기물이 어떻게 가치 있는 제품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입니다.
이들은 단지 플라스틱을 치우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교육, 지역사회 고용, 정책 제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순환 경제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모두의 힘’이 모이면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를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 Sungai Design }
We’re on a mission to up-cycle as much river plastic into beautiful, long-lasting products to help fund river cleanups around the world.
sungaidesign.com
작은 실천을 해야하는 이유
‘씨스피라시’는 단순한 해양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본질을 외면해 왔는지를 알리고 있습니. 플라스틱은 문제지만, 어업 문제도, 결국 소비자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변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먹고, 무엇을 거부하느냐에 그리고 무엇을 알리느냐 따라 바다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씨스피라시’나 'Sungai Design' 같은 사례를 주변에 알리는 것, 작지만 꾸준한 행동은 언제나 변화를 이끌어왔습니다.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확신입니다. 폐어망을 바다에 버린 건 아닐지라도, 그 바다를 지킬 수 있는 선택은 여전히 우리 손에 달려 있습니다.